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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피고인이 판매장소를 제한하는 약정을 위반하여 상표권자의 상표가 부착된 제품을 판매하였다는 이유로 상표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여 무죄 취지로 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1. 30. 선고 2018도14446 판결).

1. 사실관계의 요지

A는 온라인몰 시계판매업체의 실질적 대표자입니다.

한편, B는 2010. 7. 1. C와 'B와 합의된 고품격의 전문점과 백화점, 면세점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여야 하며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고자 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B의 사전 동의를 득하여야 하며, 재래시장에서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라는 판매장소 제한 약정을 포함한 상표권사용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A는 2012. 9.경부터 2016. 4. 8.까지 위 약정을 위반하여 C로부터 대상 제품을 납품받아 B사와 합의되지 않은 온라인몰 또는 오픈마켓 등에서 판매하였습니다.

검사는 A가 B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하여 A를 상표법 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2.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 법원은 A가 2007년부터 시계판매업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상표권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표권자인 B에게 상표권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는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상표법 위반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A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엿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상표권자 또는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에는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참조)는 '상표권 소진의 원칙'을 설시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지정상품, 존속기간, 지역 등 통상사용권의 범위는 통상사용권계약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므로 이를 넘는 통상사용권자의 상표 사용행위는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상사용권자가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하여 상품을 양도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상표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양도행위로서 권리소진의 원칙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고,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상표의 주된 기능인 상표의 상품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의 훼손 여부, 상표권자가 상품 판매로 보상을 받았음에도 추가적인 유통을 금지할 이익과 상품을 구입한 수요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상표권의 소진 여부 및 상표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통상사용권의 주요 조건을 위반한 경우에만 '상표권 소진의 원칙'이 배제될 뿐이고, 계약상 부수적인 조건을 위반한 경우에는 '상표권 소진의 원칙'이 배제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계약상 주요 조건인지, 아니면 부수적인 조건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였습니다.

4. 시사점

'권리 소진의 원칙'이란, 대부분의 지식재산권법에 적용되는 특유의 법리로서, 일단 지식재산권자의 통제하에 제품이 양도되면 그 이후에는 지식재산권자가 해당 제품의 양도 및 사용 등에 관여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권리 소진의 원칙'은 대세적인 효력을 가지는 지식재산권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기 위하여 인정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지식재산권법은 특별한 제한 없이 지식재산권자에게만 독점적으로 지식재산권에 관한 제품을 생산, 사용, 양도, 대여 등의 행위를 할 권리를 인정하는데, 이에 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지식재산권자가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이미 상당한 이득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해당 제품을 재판매(중고 제품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초과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권리 소진의 원칙'은 그 인정 요건 및 효력 범위, 2가지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어떠한 경우에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i) 부적법하게 양도된 경우에도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ii) 양도 외 다른 처분행위(예컨대, 라이선스 판매)의 경우에도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 (i)항과 관련하여서도 원칙적으로 부적법하게 양도된 경우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으나,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가 '부적법하게 양도'된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권리 소진의 원칙'이 어떠한 범위 내에서 적용되는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단 양도된 제품을 영업적인 방식으로 대여 및 사용 등의 방식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도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일단 양도된 제품을 변형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도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는 부적법하게 양도된 경우에는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권리 소진의 원칙이 배제되는 '부적법'한 경우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시한 첫번째 판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A는 C로부터 제품을 양수하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A가 그 이후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권리 소진의 원칙'에 따라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C는 당초 상표권자인 B와의 판매장소 제한 약정을 위반하여 제품을 A에게 판매하였기 때문에, 해당 제품에 대하여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C가 상표권자인 B와의 약정을 위반하여 제품을 판매하기는 하였으나, 그 경우 언제나 '권리 소진의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약정이 계약의 부수적인 조건에 불과한 경우에는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위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판매장소 제한 약정'이 언제나 부수적인 조건에 불과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은 상표권자 B가 온라인 판매 등을 허용한 사실이 있다는 점, 온라인 판매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는 점, A의 인터넷 쇼핑몰이 C가 해당 제품을 판매한 인터넷 쇼핑몰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토대로 위 '판매금지 약정'이 부수적인 조건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즉, 같은 '판매장소 제한 약정'이라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과 구체적인 약정의 내용에 따라 계약상 주요 조건으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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