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X사는 위 확정 판결이 내려진 이후 약 2년이 지나서 다시 Y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Y사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퇴사 후 Y사에 대한 양심고백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Y사의 제품이 하자가 있을 뿐만 아니라, Y사가 허위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았고, Y사가 식약처를 기망하여 품목허가를 받았다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윤광훈, 장윤정 변호사는 먼저 종전 확정판결에 따른 '차단효(실권효)'를 주장하였습니다. 차단효는 확정판결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가지 효력 중 하나로서, 종전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당사자가 주장하였거나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공격방어방법을 사후에 주장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즉, 설령 X사가 종전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계약의 해제 등 주장할 수 있는 사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는 이를 주장하여 새로운 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차단효는 '변론종결 후 발생한 새로운 사유'에는 미치지 않습니다만,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가 있다거나 새로운 법적 평가 또는 그러한 취지의 다른 판결이 존재한다는 등의 사정은 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윤광훈, 장윤정 변호사는 X사가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거나 종전 사건의 계약관계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비록 Y사가 의료광고, 수입허가 등의 과정에서 일부 행정처분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Y사의 행위는 위 의료기기의 품질 및 하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행정처분의 내용 역시 단순히 Y사에게 일정한 영업제한 등을 명하는 것이어서 X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피력하였습니다.
특히 X사는 위 소송과 같은 이유로 Y사를 상대로 형사고발, 식약처 진정 등을 제기하였는데, 해당 절차에서도 모두 X사의 주장을 배척하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 결과 X사는 위 소에 관한 '청구 포기'를 하였습니다. 당초 X사는 위 소를 취하하고자 하였으나, Y사는 X사가 향후에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 염려된다는 이유로 소 취하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X사가 스스로 청구를 포기한 것입니다. 청구의 포기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과가 있으므로, 또 다시 새로운 기판력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확정 판결의 기판력은 넓은 범위에 걸쳐서 효력을 발휘합니다. 심지어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론적으로 미치지 않는 경우에도 '쟁점효' 등으로 인하여 많은 범위에 걸쳐 효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소를 제기하기 전에 저촉되는 확정판결이 있는지, 그러한 확정판결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